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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ㄹ님_헬로, 민트, 지옥에서, 마키마 씨

나사르 본주 2023. 3. 9. 17:46

   

 

 

마키마는…… 화장실에 있다.

 

-

 

스산한 이야기가 어울릴 법한 밤이었다. 마키마는 문득 여러 가지 삿된 속설을 나누며 심심풀이하던 과거를 떠올렸다. 죽기 전의 일이었고 이젠 그럴 사람도, 괴담으로 잊어야 할 기기한 세계도 남지 않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널 죽일 수도 있었어.”

선아는 즉시 대꾸했다. “지금도 할 수 있잖아요?”

아직 소녀 같기만 한 이 여자는 옆자리에 누워 있었다. 마키마가 온 뒤로 줄곧 침대를 내어주다가 처음으로 함께 잠드는 날이다. 둘 중 누구도 오늘이 기념할 만한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애초, 그렇게까지 오래 함께 있게 될까?),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을 만큼 침대가 좁아서, 이렇게 무방비해지기 직전 타인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는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널 죽일 수도 있다라는 말은 마키마가 내뱉은 첫 주관이었다. 선아는 이 사실이 못내 기뻤다. 그가 웃자, 어쩐지 눈빛이 변한 듯한 마키마가 잠자코 바라보았다. (선아는 마키마의 시선을 쏘아본다또는 멍하니 있다둘 중 하나로 해석했는데 지금은 어느 것도 아니었다.)

어라.”

선아가 덧붙이듯이 소리 냈다. 그러면서 웃었다.

당신, 눈동자가 검어졌어요.”

 

……마키마는 지금 화장실에 있다. 사위가 오밀조밀한 민트색 격자 타일이다.

 

샤워 커튼의 노란 물방울무늬를 노려보고 있다. 딱 한 사람이 들어가면 물이 넘칠 만큼 작은 쪽빛 욕조에 걸터앉아서. 그리고 다시 자기 손바닥을 쳐다보았다. 그는 요새 들어 날짜를 의식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능력이 사라진 뒤로. 아무것도 지배할 수 없게 된 순간 그는 홀로 되었다. 기념할 만한 일이었다.

어느 날 밤 마키마는 백색의 선아를 쓰러트리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그 이유는 선아가 당신은 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미래에도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당장 불러올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전에는 확고한 방해물들이 있었지만, 이곳의 삶에서 그와 대적하려고 드는 안타고니스트란, 최근 선아에게 작업을 거는 듯한 카페 파트타이머밖에 없었다.

그것마저 서툴 정도라 일단 그만두고 있다만. 마키마가 시선을 들며 새끼손가락부터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유려한 움직임과 함께 손바닥의 부드러운 살갗에 손톱자국이 났다. 선아가 보면 걱정하겠지. 그는 지워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손을 다시 씻었다. 아무리 비누칠해도 피가 씻기지 않는다는 걸 그는 자신의 상처로 인해 깨달아가는 중이었다.

오늘 선아를 위해 꽃을 사 와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곧 마음을 바꾸어 먹었다. 선아는 꽃이 필요 없지. 그러면 케이크를. 그리고, 하얀 케이크를 주며 선아에게 나를 위한 국화꽃을 부탁한다고 말할 셈이었다. 그러고 보니 생일상보다야 장례를 치르지 않은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구도 생일은 모르지만 죽은 날짜는 기억했다. 기억이란 게 세계를 건너뛰어서도 의미가 있는 거라면 말이다.

왜 죽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자 선아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했었다. 혼란스러운 시선이 마키마의 어깨너머 공중을 헛돌았다. 달래주지 않고 돌아 누워버린 것이 지금 와서야 신경 쓰였다. 그 애는 단 걸 좋아하니까 이렇게 조금씩 보은하다 보면 그날의 실수를 한없이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화장실을 나섰다. 선아가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아래층이지만요.’라고 말할 것 같은 표정으로, 하품하고 있었다.

마키마가 불렀다.

선아.”

?”

나 아파.”

네에?! 어디가요?”

선아는 한쪽 발에 구두를 신은 채로 후다닥 달려왔다. 마키마는 손바닥을 쫙 펼쳐 보였다. 그 자신도 왜 굳이 이걸 보여주고 있을까 당혹했지만, 더 당황스러운 건 선아의 반응이었다. 선아는 김샜다는 듯이 살짝 웃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대꾸했다. “손톱자국이 났네요. 곧 사라질 거예요.” 그리고 혼자 출근해버렸다.

마키마는 어깨를 으쓱하고 부엌으로 갔다. 냉장고에 오늘 장 볼 목록이 적혀 있었다. 이걸 핑계로 외출하면 되겠지 싶었다. 잠시 마키마는 별과 줄표가 달린 체크리스트를 눈앞에 두고 고개를 기웃거렸는데, 자기가 뭘 원해 선아에게 약점을, 그러니까 자해한 곳을 내보였는지 또 뭘 기대했기에 실망했는지 스치듯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선아가 커다란 화분을 퍽 힘들게 내려놓았다. 몸이 기우뚱하긴 했지만 흙은 조금도 흐르지 않았다. 그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한숨을 휴 내쉬었다. 하지만 곧 표정이 어두워졌다. 곁에 누군가 있었다면 편차에 적응하지 못할 만큼, 선아는 줄곧 밝았다가 시무룩해지기를 반복했다. 예컨대 이런 거였다. 손님이 들어와서 데이트용 꽃다발을 사 갈 땐 생그러웠다가, 혼자 남으면 또 풀이 죽어 새로 들인 생화의 죽어가는 밑동을 지켜보는.

어젯밤 마키마 씨와 싸웠다.

굳이 따지자면, 싸움보다는 신경전이었다고 선아는 여겼다. 저녁 식사 중 마키마가 뜬금없이,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적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그때 널 죽일 수도 있었어.”라고 말했다. 네 곁에 누웠을 때 아직 자신의 재능이 건재했다며. 선아는 무언가 치미는 걸 느꼈지만 꾹 삼켰다.

마키마 씨는 지금도 할 수 있어요.”

그가 말했다. 그러자 마키마가 즉답했다. “안 할 거야. 내가 겪어 봤거든.” 그리고는 먹던 접시를 들고 거실로 가버렸다. 그는 아무 데서나 접시를 들고 음식을 먹었다. 선아는 그 짓을 지적할 명분이 없어 앞자리가 비는 날 비뚤어진 의자를 그냥 놔두었다.

가족이라면 화를 냈을 것이다.

감정이 상한 채 남은 고등어자반을 깨작거리는 동안, 선아는 새로운 의문을 품었다. ‘죽어본 적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사장님?”

!”

장미 있나요?”

물론이죠. 어떤 색으로 드릴까요?”

섞어서요, 예쁘게. 남자가 말했다. 이 손님은 좀 전부터 들어와, 생화가 신선하게끔 냉매를 가동해둔 유리 진열대 안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그야말로 온실 속의 꽃들만 있었으므로 장사꾼의 눈치로 선아는 그가 로맨틱한 일을 벌일 걸 진작 알고 있었다. “상대분은 어떤 분이세요?” 예컨대 남자냐 여자냐, 뭐 그런 걸 무심코 묻고 만 것인데 실수를 주워 담기도 전에 남자가 얼굴을 확 붉혔다.

……예뻐요. 장미처럼.”

그 말에는 선아도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쑥스러워하는 손님에게 유난히 잘 묶인 리본과 꽃다발을 딸려 보낸 뒤, 선아는 다시 계산대에 턱을 괴고 앉았다. ‘죽어본 적 있다니, 말이 안 되지. 자기 피 아니라고 하셨고. 그러면죽임당할 뻔했다는?’ 시나리오가 꽤 괴괴하게 흘러갔다. 선아가 기운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사람의 일을 함부로 추정해서는 안 됐다.

어제, 애매모호한 냉전 같은 식사 뒤, 설거지를 하는 사이에 마키마가 화장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자기가 먹던 몫의, 간고등어와 간장과 참기름을 얹은 밥그릇도 들고서. 숟가락과 젓가락은 식탁 위에 두고 갔다. 그러고는 선아가 꾸벅꾸벅 졸기 전까지 나오지 않았다. 늦은 저녁이었기에 망정이지 한밤 내내 거길 차지하고 앉아 있을 뻔했다.

선아도비슷한 짓을 했던 적이 있다. 아직 부모님이랑 살았고 그만큼 어렸을 때. 열다섯이었나. 무슨 시답잖은 말을 듣고, 빈정이 상해서 욕조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부모님이 볼일을 봐야 한다고 쩔쩔매는 척 꼬여낸 뒤에야 부은 볼을 하고 나갔었다. 갑작스럽고 특별한 외식으로 그 잠깐의 사춘기는 종전했지만, 마키마의 경우가 사춘기 따위는 아닐 터였다.

선아의 집 욕실은 쾌적했다. 어쨌든 평수가 두 자리인지라 욕실에 작달막한 욕조도 붙어 있었고, 타일 사이는 깨끗했고 샤워기에서도 멀쩡하게 흰 물거품이 나왔다. 화장실과 분리된 그럴듯한 욕실은 아니었지만 보통 사람들이 쓰는, 그 정도. 다만 주택에 딸린 그것만큼 건조하고 청결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이 매일매일 씻으니까.

처음 그 욕조를 보고 마키마는 놀란 눈치였다. 여자 하나가 들어가기엔 너무 작다고 말했다. 그때 선아는 무심코, 마키마가 찬란한 저택 아가씨, 혹은 그에 준하는 직업군을 가졌었던 위험한 킬러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상상의 나래란 절제할수록 넓어지는 법이라서. 물론 실제로 마키마가 그런 사람일 거라 믿지는 않았다. 언젠가 말해주겠거니.

옷만 갈아입혀 두었기에 아직 피가 말라붙은, 말하자면 피 칠갑하고서도 욕조 크기에 반응하던 모습이 선연하게 떠올랐다. 왠지 즐거워져서 선아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장미라.

마키마 씨에게 장미를 가져가야지. 그가 생각했다. 마지막 손님이 사 간 장미는 꼭 다발 한 개를 만들 만큼 남아 있었다. 분홍빛이었고 두 송이는 노랬고, 안개꽃은 연한 녹색으로 물들어 마치 싱그러운 이파리 같았다. 달콤하고 귀여운 꽃다발을 비닐로 포장하고서야 그는 퇴근했다. 마키마가 요리를 해두었을 리 없으니 저녁을 사가는 게 낫겠다.

그리고,’ 하며 선아는 제일 중요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울지 않을 것이다.’

 

 

마키마가 없었다. 선아는 부엌을 기웃거리며 냉장고에 붙은 메모를 확인했다. 없었다. 장 보러 갔나. 삼십 분쯤 더 지났다. 이제 일곱 시 반이었다. 둘이 저녁 식탁에 앉을 시간. 없었다. 선아가 미심쩍어 멈칫거리며 상을 차렸다. 어제 먹고 남은 생선 자반. 마키마는 없었다. 욕실 문이 닫혀 있었다. 손을 씻느라 당연히 열어 보았고 거기에 아무도 없었다 샤워 커튼 안에도. 선아가 귀가한 지 한 시간이 지났다. 집 안은 적막했고, 고요하게 움직이는 마키마의 얄팍한 존재감마저 증발해 그간의 일이 온통 꿈만 같았다.

그러니까, 아무도 없었고 선아를 찾아오는 이는 없을 것이었다. 어쩌면 마키마는 왔을 때 뜬금없었던 것처럼, 아니 사실 함께하는 내내 엉뚱했던 그대로 홀연히 떠났고 남은 옷가지 몇몇은 선아의 몸에도 잘 맞았으므로 선아의 것이라 쉽게 말할 수도 있을 거였다. 누군가 본다면 이곳은 명백하게 혼자 사는 집이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욕실의 칫솔 두 개나 새로 생긴 값비싼 빗, 마키마의 긴 머리칼을 완벽히 말리기 위해 산 드라이어, 절대 두르지 않는 스타일의 밋밋한 스카프 따위는. 그 많은 플라스틱을 버릴 자신이, 선아에게는 없었다. 그는 자기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나 아파.’ 아침에 그런 말을 들은 것도 같다……. 제대로 봐주었다면 붙잡을 수 있었을까?

마키마는 이 세상 사람 같지가 않다. 신분증도 등록증도 없다.

휴대전화라도 쥐여줄걸. 늘 같이 다니니까…… 게다가 둘의 행동반경은 무척 좁았으므로 방심했다. 마키마는 연약하든 그렇지 않든 사람이다. 언제고 떠날 수 있다. 거기에서 선아는 죄책감을 느꼈다. 떠나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때 문이 열렸다. 선아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애써 머리카락을 넘기며 일어서자 마키마가 가벽을 넘어 부엌 등 밑으로 찾아왔다. 손님도 가족도 아닌 마키마.

손에 케이크를 들고 있었다. 마키마가 말했다.

생일특별한 날, 이라고 했지, 오늘.”

그가 떠듬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며칠 전 했던 말을 떠올리는 기색으로. 오늘은 55. “제 생일은 열흘 뒨데요.” 마키마는 멈칫 턱을 들더니, 천장을 잠깐 노려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예쁜 치마를 입고 있었다. 선아가 빌려준 옷이었다.

그래.”

마키마는 먹기 시작했다.

그래요.”

선아도 숟가락을 들었다. 식어 빠진 미소된장국에 어제 먹다 남긴 반찬. 그리고 요 앞 푸드트럭에서 사 온 물만두. 마키마가 만두를 맛있게 먹기에, 선아는 간장 종지를 밀어주었다. 그러다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눈치가 귀신같이 빠른 마키마는 곧장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맞부딪혔다. 선아는 이게 정말 하등 쓸모없는 신경전이라고 여겼다. “…….” 신음이 절로 났다. 그는 엉망으로 일그러진 데다가 눈물 때문에 피가 몰려 빨간 얼굴이었다. “마키마 씨, ……. 손 아직도 아파요?” 그가 물었다.

아니.”

마키마가 말했다. 물을 보고 있자면.

거울을 보고 있으면 난 다시 악마인 것 같아.”

무슨 소리예요, 그게알아듣게 말해줘요.”

……한때 나는 악마였지.”

그럴 리가요.”

난 추악하지도 않았어.”

.”

하지만 추한 짓을 일삼았다고 생각해. 지금은.”

왜냐하면 선아와 같은 무수한 소녀를 위해 선아와 같은 무수한 어머니와 딸을 죽였기 때문이다. 마키마는 마지막 남은 물만두를 입에 쏙 넣고 우물거렸다. 다 씹어 삼킬 때까지 더 말하지 않았고, 선아만 식탁 앞에 앉아 죄스러운 듯 눈물방울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마키마가 피식 웃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밥맛 떨어지게.” 그가 말했다. 선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마키마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선아가 버럭했다.

가지 마요.”

어딜?”

화장실 들어가지 마요. 제가 먼저 쓸 거예요.”

물 가지러 가는 거였는데.”

하여간 가지 말아요. 그리고 꽃 받아요. 봐요, 예쁘죠.”

불그레한 찰흙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그런 말을 하기에, 정말로 우스워서 마키마는 소리 내 웃었다. 그리고 콧물 흘리기 직전인 선아에게 티슈를 뽑아 건네주었다. 선아는 거기에 킁 짧고 건조한 코를 풀고 새 티슈를 뽑아 얼굴을 북북 닦았다. 그가 깊은 물에서 빠져나온 듯 흐, 한숨 쉬며 입을 열었다.

너무 슬퍼요.”

?”

저도 몰라요. 근데마키마 씨가 화장실 안 갔으면 좋겠어요.”

?”

거기 들어가서뭐 하는지는 몰라도있잖아요 친구네 집 개가…….”

……?”

개가천둥을 무서워해서, 그런 날 꼭 화장실에화장실 구석에 들어갔거든요.”

선아가 소맷부리로 눈가를 비볐다.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지만 마키마는 턱을 괸 채 기다렸다. 음식이 식어가고 있었다.

.” 마키마가 말했다. “어젯밤에 내가 들고 간 그릇은설거지해놨어. 비누로.” “, 비누 쓰면 안 되는데.” “안 돼? ?” “……향기로워져서? 성분도 안 좋고?” “꽃 예쁘다.” “그쵸, 케이크도 예뻐요.” “백화점 떨이판매용.” “백화점까지 갔어요?!”

선아가 벌떡 일어나다가 부엌 등에 머리를 부딪혔다. 전깃줄에 매달린 등갓이 흔들흔들리기 시작했다. 마키마의 그림자가 십수 개의 빛깔을 지니며 길어졌다. 또 짧아졌다.

사라지진 않았다. “다음엔 같이 가요.”

선아가 자리에 털썩 앉자, 마키마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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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마 씨는 화장실에 있다. SNS에 올라올 법한, 멋지게 시공된 건식 욕실이 못 되어서 그녀는 오랫동안 습한 곳에서 샤워한다. 오래 씻을 겸 목욕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오늘 사 온 케이크를 저녁 한 시간 만에 절반이나 먹어 치웠다. 나머지는 내 거라고 했다.

하얀 국화를 구해 달라고 했다. 내가 그러겠다고 하자, 꽃다발을 흘긋 보고는 손에 쥐며,

아니. 이대로 좋은지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