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와서 페이나의 행복한 죽음
어느 날 아침, 히어와서 페이나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는 무언가 다르다고 느꼈지만, 의문에 깊이 잠겨들 시간은 없었다. 옆자리에서 잠이 덜 깬 연인이 작게 신음했다. 으음. 볕이 너무 센가 싶어, 페이나는 조심스레 커튼을 내렸다. 온화한 난색 커튼에 부딪친 빛이 연인의 머리카락에 스며들었다. 페이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사랑스러운 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는 연인이 깨기 전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얼굴에 분을 발랐다. 머리카락을 느슨하게 묶으며 그는 주방으로 나갔다. 커피 내리는 향기. 페이나는 주방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했다. 뭔가를 잊은 것 같은데. 오늘이 출근일이었나. 아니면, 데이트 약속이 있었나. 잊을 리 없는 것들을 점검하는 그의 눈이 달력을 살폈다. 오늘 날짜는 공란이었다. 페이나는 평온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과를 깎는 동안 그의 손은 전혀 떨리지 않았다.
그가 트레이에 빵과 과일을 담을 즈음에, 연인은 이미 깨어나 있었다. "…올가." 좋은 아침이에요, 하며 연인은 페이나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히어와서 페이나는, 이 소중한 사람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어김없이 고개를 치드는 감정은 농밀한 사랑. 이토록 강렬한 감정이 그의 마음을 교란시키는 것입니다. 히어와서 페이나는 흰 이불을 두른 애인의 어깨를 감싸며 생각했습니다. 이이와 남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루크 엔트워프는 생각했다. 그리고는,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잊어버렸다. 그와 나는 같이 있을 텐데. 평생. 다시 안온한 기분이 되어서, 그는 커피잔을 들었다. 훈훈한 온기에 뺨이 약간 붉어졌다.
"올가가 만들어 준 거예요? 고마워요."
"아침은 거르면 안 되니까요."
페이나가 말했다. 엔트워프는 어김없이 얼굴이 상기되어선, 아니 이상할 정도로 빨개져선 고개를 들었다. 늘 같은 모습의 올가 보스만이 있었다. 머그컵을 들고 멍하니 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엔트워프는 웃었다.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새삼스럽게, 따위의 말이 나올 법도 했지만 페이나는 무겁게 대꾸했다. 엔트워프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 벅차오른 듯이. 이상하게. 하지만 이상하지 않지, 그는 생각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이 이유 없이 숨이 벅차는 것은 이상하지 않지. 그러니 괜찮아. 아무런 일 없을 것이다. 아무런 일도, 우리가 함께 지내는 동안… 그런,
그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루크 엔트워프는 히어와서 페이나의 뺨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히어와서 페이나는 깊은 포옹으로 화답했어요. 그야말로, 행복한 연인이었습니다.
우리, 오늘 데이트해요. 올가, 루크 엔트워프가 말했습니다. 먼저 이거 먹고요. 히어와서 페이나가 말하자, 루크 엔트워프는 입 안에 남은 과일을 쑤셔 넣었습니다. 히어와서 페이나가 작게 웃었고. 루크 엔트워프는 멋쩍은 듯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다가, 함께 웃고 말았습니다.
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 밖,
히어와서 페이나는 눈을 떴다. 안개가 성기게, 엉기고 있었다.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함께 산책을 했다면 그는 조금 덜 슬퍼했을까. 히어와서 페이나는 손끝을 떨었다. 얼굴을 막은 호흡기가 기도에 숨을 쑤셔넣었다. 생리적인 눈물. 숨이 과도하다, 고 느낀다. 죽어가고 있음을. 삶이 과다하다. 무엇이든 너무 많다.
특히 눈물이,
페이나는 억눌러온 울음을 터뜨리던 제 연인을 회상한다. 바로 얼마 전의 일이 삼십년 전의 시절처럼 아득했다. 사랑은 증발시킨 물 밑에 남은 소금처럼 희고 굵다. 숨이 쓰다. 피처럼 짜다. 웃음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다시, 차라리 웃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저.
아프지 않았다면 루크 엔트워프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라고, 페이나는 생각했다. 올가, 이름을 부르는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지 못했겠지. 그러나 이제 무슨 소용일까. 사랑하는 이의 눈물이 말라가는 뭍 위에 소금이 되어 쌓였다. 사랑은 곧 후회. 차라리 만나지 못했다면 그를 울리지 않았을까. 어디선가 엷은 흐느낌이 들려왔다.
그럼에도 사랑했습니다. 당신이 있어 아프지 않았습니다, 라고.
페이나는 발음했다. 전해주지 않겠어요. 간호사가 무어라 대답했다. 천천히 졸음이 몰려왔다. 아프지 않았다. 허벅지 동맥에 과량의 약을 주사한 것처럼.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히어와서 페이나는 눈을 감았다.
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살고 있었습니다.
2,154자
*제목 - <알보라다 알만사의 행복한 죽음> 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