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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와서 페이나의 행복한 죽음

나사르 본주 2017. 6. 29. 17:58



어느 날 아침히어와서 페이나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는 무언가 다르다고 느꼈지만의문에 깊이 잠겨들 시간은 없었다옆자리에서 잠이 덜 깬 연인이 작게 신음했다으음볕이 너무 센가 싶어페이나는 조심스레 커튼을 내렸다온화한 난색 커튼에 부딪친 빛이 연인의 머리카락에 스며들었다페이나는 부드럽게 웃으며사랑스러운 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는 연인이 깨기 전 샤워를 하고옷을 갈아입고얼굴에 분을 발랐다머리카락을 느슨하게 묶으며 그는 주방으로 나갔다커피 내리는 향기페이나는 주방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했다뭔가를 잊은 것 같은데오늘이 출근일이었나아니면데이트 약속이 있었나잊을 리 없는 것들을 점검하는 그의 눈이 달력을 살폈다오늘 날짜는 공란이었다페이나는 평온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사과를 깎는 동안 그의 손은 전혀 떨리지 않았다.

그가 트레이에 빵과 과일을 담을 즈음에연인은 이미 깨어나 있었다. "올가." 좋은 아침이에요하며 연인은 페이나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히어와서 페이나는이 소중한 사람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어김없이 고개를 치드는 감정은 농밀한 사랑이토록 강렬한 감정이 그의 마음을 교란시키는 것입니다히어와서 페이나는 흰 이불을 두른 애인의 어깨를 감싸며 생각했습니다이이와 남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루크 엔트워프는 생각했다그리고는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잊어버렸다그와 나는 같이 있을 텐데평생다시 안온한 기분이 되어서그는 커피잔을 들었다훈훈한 온기에 뺨이 약간 붉어졌다.

"올가가 만들어 준 거예요고마워요."

"아침은 거르면 안 되니까요."

페이나가 말했다엔트워프는 어김없이 얼굴이 상기되어선아니 이상할 정도로 빨개져선 고개를 들었다늘 같은 모습의 올가 보스만이 있었다머그컵을 들고 멍하니 보다가눈이 마주치자엔트워프는 웃었다.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새삼스럽게따위의 말이 나올 법도 했지만 페이나는 무겁게 대꾸했다엔트워프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벅차오른 듯이이상하게하지만 이상하지 않지그는 생각했다사랑을 하는 사람이 이유 없이 숨이 벅차는 것은 이상하지 않지그러니 괜찮아아무런 일 없을 것이다아무런 일도우리가 함께 지내는 동안… 그런,

 

그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루크 엔트워프는 히어와서 페이나의 뺨에 입을 맞추었습니다히어와서 페이나는 깊은 포옹으로 화답했어요그야말로행복한 연인이었습니다.

우리오늘 데이트해요올가루크 엔트워프가 말했습니다먼저 이거 먹고요히어와서 페이나가 말하자루크 엔트워프는 입 안에 남은 과일을 쑤셔 넣었습니다히어와서 페이나가 작게 웃었고루크 엔트워프는 멋쩍은 듯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다가함께 웃고 말았습니다.

 

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

히어와서 페이나는 눈을 떴다안개가 성기게엉기고 있었다.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마지막으로 함께 산책을 했다면 그는 조금 덜 슬퍼했을까히어와서 페이나는 손끝을 떨었다얼굴을 막은 호흡기가 기도에 숨을 쑤셔넣었다생리적인 눈물숨이 과도하다고 느낀다죽어가고 있음을삶이 과다하다무엇이든 너무 많다.

 

특히 눈물이,

페이나는 억눌러온 울음을 터뜨리던 제 연인을 회상한다바로 얼마 전의 일이 삼십년 전의 시절처럼 아득했다사랑은 증발시킨 물 밑에 남은 소금처럼 희고 굵다숨이 쓰다피처럼 짜다웃음보단 낫다고 생각했다다시차라리 웃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아니그저.

아프지 않았다면 루크 엔트워프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페이나는 생각했다올가이름을 부르는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지 못했겠지그러나 이제 무슨 소용일까사랑하는 이의 눈물이 말라가는 뭍 위에 소금이 되어 쌓였다사랑은 곧 후회차라리 만나지 못했다면 그를 울리지 않았을까어디선가 엷은 흐느낌이 들려왔다.

 

그럼에도 사랑했습니다당신이 있어 아프지 않았습니다라고.

 

페이나는 발음했다전해주지 않겠어요간호사가 무어라 대답했다천천히 졸음이 몰려왔다아프지 않았다허벅지 동맥에 과량의 약을 주사한 것처럼누군가를 깊이사랑하고 있는 것처럼히어와서 페이나는 눈을 감았다.

 

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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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알보라다 알만사의 행복한 죽음차용



출처: http://rilly1019.tistory.com/entry/안-아픈-올가 [목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