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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푸르기스(23.08.17)

나사르 본주 2024. 8. 19. 09:51

발푸르기스

 

 

 

 

 

 

시드가 꾸는 악몽이 있다. 그 속에는 괴물이나 악마, 칼 든 강도, 죽음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꿈속에서 시드는 꾀죄죄한 아이 하나를 본다. 그 애가 무언갈 주워 먹고 있다. 거무스름하고 정체 모를, 석탄이 묻어 더러워진 빵덩이 같은 것이다. 당해에그러니까, 꿈속 말이다마을은 뒷간에서 살이 찢길 정도로 가난했으므로 시드는 이해했다. 그리고 창문을 열었다. 시드는 그 아이에게 굶주림을 잊을 수 있는 약을 주었다. 독초를 말려 말아둔 것으로. 아이가 채 받기도 전, 꿈이 끝난다.

 

그는 일어나서 상쾌한 냄새를 맡는다. 밖이다.

 

새벽이고, 축축한 이슬 때문에 온몸이 젖어 있으나 깔고 잔 방수포 덕분에 무사하다. 시드는 말 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밤새 도마뱀과 온갖 곤충이 지나간 흔적을 보지만, 뱀이 긴 자국은 없다. 그도 그럴 게 주변에 독한 담뱃잎을 뿌려두었다. 벌써 눅눅해진 담뱃가루를 살살 모은 시드가 그것을 담뱃대에 욱여넣는다. 품에 넣어둔 주머니에 조그만 톱밥이 있다. (이 대목에서, 오즈의 마법사가 떠오르지 않는가?) 양철 나무꾼 심장에 넣은 톱밥 주머니

톱밥으로부터 불길이 인다. 시드는 주의 깊게 연기를 빨아들인다. 젖은 숲이 무너지는 향기가 난다. 물 위를 기는 것처럼 묵직한 담배 연기가 내려앉고, 작은 벌레가 사사삭 도망가는 소리도 들린다. 그는 역시나 젖어 있는 나무둥치에 걸터앉는다. 이슬이 이 나무를 썩히면 여기 버섯이 자라겠지. 다음 해에 와보리라고 시드는 생각한다. 그가 아니라면 이런 오지를 찾아 기어들어 올 인간이 없다.

그는 문득 웃는다.

시드는 꿈속의 아이를 안다. 그 애는 다음 날 죽었다. 불에 타 죽은 마녀의 살점을 주워 먹었다는 죄목이었다. 하지만 단두대가 숨을 끊어 놓은 건 아니고 시드가 건넨 약초에 독이 과해 탈이 나 죽었다. 아마도 편안하게 갔으리라. 천국이,

 

낙원이 있다면 그곳에는

마녀들이 춤을 추겠지.

 

시드가 하늘을 본다. 조금 어스름하고 투명한 달이 보인다. 곧 해가 뜨면 지워질 여명이다. 오늘이 보름이란 걸 그는 안다. 달의 마력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