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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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오가 옆집에서 나왔을 때, 탄성을 터뜨린 쪽도 그였다. 제주는 여느 대학생과 다르지 않은 헐렁한 배낭을 툭 떨어뜨렸다. 일순간 그가 옆집에 살고 있었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윤오는 입술을 길게 늘였고, 웃는 듯했다. 그가 말했다.
“어어어.”
이걸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얼굴에 피가 튀어 있었다.
층마다 가구가 두셋이었고, 복도 끝 집은 어젯밤 야반도주했다. 이 층의 방범 카메라가 꺼져 있다는 건 지금의 작태로 알 수 있었다. 아마 새로운 세입자들이 방을 둘러보러 오기 전 처치해야 했으리라. 제주가 자신의 방심하는 마음을 자조하는 사이 윤오가 훌쩍 다가섰다. 비린 생피 냄새와, 뜨끈한 열기가 훅 가까워졌지만, 그는 제주에게 손끝도 대지 않았다. 다만 내려다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보여주려는 건 아니었는데. 어떡할까.”
“너 방금 씻었구나.”
사람을 죽이고, 욕실에서 흔적을 지운 게 분명했다. 그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을 텐데. 제주는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했다. ‘조심…… 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 이웃은 평이 나빴다. 무연고자였고, 가끔 제주가 가벼운 간식을 챙겨주면 욕설을 웅얼거리면서도 마른과자 봉투를 찢었다. 고맙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지?”
그가 제 머리카락을 만지며 말했다. 제주는 비스듬히 미소 지었다. 어쩐지 어린애 같은 소년미가 엿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소년이 아니다. ‘명심할 것.’ 제주가 말했다.
“집값 내려가겠네.”
“미… 안?”
“아냐, 농담. 월세라서 나는 좋지.”
태연자약한 블랙코미디.
“들어와.”
제주가 문을 열며 말했다. 변명해 줄 생각이었다. 우리는 조금 전 함께 돌아왔고,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랐다고. 설마 자살한 거냐고, 되레 의심할 것이다. 이웃은 가끔 죽는 이야기를 나에게 하기는 했는데요. 아니면 빚쟁이였나?
비루한 생활의 좋은 점은 목격자가 드물다는 거였다.
윤호가 문을 닫았다. “죄송해요.” 그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