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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님-카라멜 케이크

나사르 본주 2018. 12. 3. 23:53





물 끊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외풍이 축축한 훈기를 뚫고 코끝에 닿았다. 눈송이를 맞은 듯한 냉기에, 루트 엔트워프는 깨어났다. 그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희긋하게 풍기던 차향이 가까워졌다. 올가가 다가와 찻주전자를 내려놓았다. 루크는 웃으며 두르고 있던 담요를 꼭 끌어안았다. 낮은 테이블 위에는 투박한 카라멜케이크 두 조각이 있었다.

 

추운가?”

 

올가가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루크는 입술을 조금 벌린 채 올가를 바라보았다. 마주해오는 시선이 다정해서, 김이 피어오르는 컵을 받을 땐 뺨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괜찮아요. 이제 따뜻해요.” 올가는 겨울 옷차림에 신경썼었지. 루크는 폭신한 슬리퍼를 신은 발등을 내려다보았다. 선물로 받은 것이다. 그는 여기에 준비할 답선물을 고민하고 있었다.

올가는 소파에 기대어 루크를 빤히 보고 있었다. 눈빛을 견디지 못한 루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먹을까요?”

먼저 먹는 걸 기다리고 있었지.”

올가가 먼저요.”

 

이런 데에서 루크를 이기지는 못했으므로, 올가는 먼저 포크를 들었다. 맛을 보기 위해 음식을 먹는 게 오랜만인지라 케이크 끄트머리만 자르는 모습이 어색해보였다. 사실, 음식을 맛보는 건 올가에게는 사치에 속했다. 카라멜케이크는 부드럽게 잘렸다. 그을린 듯 짙고 끈적한 카라멜 코팅 안쪽에서 치즈가 뭉클뭉클하게 부서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케이크조각을 천천히 입에 넣었다.

짠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예상과 다르지 않은 단 맛. 크림치즈가 생각보다 짭조름했다. 음식이 잘못되었다기보단, 오랫동안 반쯤 의미를 잃고 있던 혀가 맛을 다소 예민하게 느끼는 듯했다. 올가는 생소한 기분으로 포크 끝을 물었다. 고개를 드니 루크가 간절하기까지 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올가는 다시금 웃었다.

 

맛있네.”

진짜예요?”

같이 먹으면 더 그럴 것 같은데.”

 

표정이 화해진 루크는 그제야 작은 포크를 쥐었다. 그의 몫의 접시 위에는 올가의 것보다 색이 엷은 케이크가 놓여있었다. 포크로 자를 때, 쉬폰케이크를 자르는 것처럼 포크가 푹 들어갔다. 스펀지 같이 부드러운 식감의 커피색 시트였다. 마스카포네 치즈가 들어 있었고, 헤이즐넛 맛이 났다.

 

이런 케이크로 괜찮아요?”

케이크를 먹고 싶었어. 달거나 짠 건 쓰고 매운 것보다 느끼기가 힘들거든.”

하지만 너무 평범한 것 같아서요.”

루크.”

 

고개를 들자, 올가가 손을 뻗어 뺨을 감쌌다. 쓰다듬어주듯이 만지는 손길에 단 디저트를 먹는데도 목끝으로 씁쓰름한 맛이 치밀었다. 올가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몸을 일으켜 짧게 입맞추었다. 생각보다 짠 맛이 났다. 짜고 쓴 것들은 왜 아릿한지 모르겠어, 라고 루크는 생각했다. 아린 것이나마 나눌 수 있다면 차라리 조금 나았을까.

몸이 멀어질 때 루크는 힘빠진 미소를 지었다. 올가는 한동안 더 루크의 손등을 만졌다. 루크는 손을 빼고 포크를 쥘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가 문득 이야기했다.

 

올가.”

, 하며 올가가 눈을 마주쳐왔다.

이게 다 꿈이면 어쩌죠? 그러니까꿈이요.”

올가는 웃었다. 입안에 있는 것을 삼키고 나서, 그가 말했다.

 

악몽은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는 루크의 손등을 토닥이고 놓아주었다. “만약에 내 꿈이라면, 깨어나야지. 네게 가야 하니까. 네 꿈이라면 달래줄 거야. 악몽은 바라지 않으니까.” 그는 잠시 말을 골랐다. “만약, 같은 꿈을 꾸고 있다면깨어나지 않아도 좋아.” 올가는 몽상 같은 이야긴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루크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케이크를 먹었다. 끝까지.

달콤하고 짠 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