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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23.08.14)

나사르 본주 2024. 8. 19. 09:51

잭이 매주 두 번째 수요일마다 꾸는 꿈이 있다.

이 기이한 현상은 브래들리 헤이먼과의 재회 전부터 있었다. 다만 꿈이니만큼 잭은 기억하지 못했을 뿐이다. 잭이 이 꿈을 기억하기 시작한 건 브래들리가 쿠퍼를 살해한 뒤부터였다. 애처롭게도 그날 잭은 또 이 꿈을 꾸었다. 그는 모텔 복도를 걷고 있다. 양쪽으로 육중한 나무 문이 무수히 늘어서 있고, 붉은 카페트는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진다. 잭은 카펫 한중간의 금빛 문양이 뒤집히도록 융단을 제쳐 도끼를 찾는다. 그곳에는 성경 속을 파 넣은 총 대신 늘 장작 도끼가 마련되어 있다. 잭은 멀거니 서 있다가, 어떤 방이든, 손에 잡히는 문고리를 연다. 제각각 까마귀 울새 곰 고양이 등 통일감 없이 장식된 것 중 항상, 부리가 부러진 비둘기다. 그곳에는 브래들리 헤이먼이 있다. 문 앞에 서서 마치 깜짝 놀랐다는 듯이. 이윽고 잭은 도끼를 빼앗긴다. 제 손으로 무기를 마련한 어리석은 피식자인 양 목이 잘린다. 눈을 뜬다. 브래들리가 있다. 그는 목을 졸리고 있다. 눈을 뜬다, 다시 모텔방이다. 방은 좁고 퀴퀴하다. 도련님이 골랐음 직하지 않다. 눈을 뜬다, 누군가 잭의 목을 사려 깊게 감고…… 시선이 독약처럼 검고 페리도트처럼 둥글다.

그는 이것이 언젠가 있었던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이윽고 잠에서 깨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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