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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없는 세상(23.08.07)

나사르 본주 2024. 8. 19. 09:51

마녀가 없는 세상

 

 

 

 

 

 

팀장님.” 레겐은 드물게 흔들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뭡니까?”

 

데시드 란스는 무한하게 뻗어 나온 넝쿨 사이에 갇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 가두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란스는 가운데에서 쓴 박하사탕으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우물거리고 있었고, 손에는 먹다 남은 햄버거를 포장지째로 들고 있었다. 특이사항이 너무 많아 하나를 콕 집어 건넬 수 없었으므로 레겐은 이렇게 다시 물었다. “게 무슨 상황입니까?”

데시드가 뻗어낸 것 중에는 분명 장미 덩굴이 있었는데, 꽃은 단 한 송이도 없었다. 게다가 데시드는 매우 지쳐 보였다. 그가 지친 목소리로 대꾸했다.

일이에요. 괜찮으니까 헤치고 들어와요.”

레겐은 그렇게 했다. 엉망진창이 된 사무실 의자를 끌어와(그 과정에서 넝쿨을 힘주어 뜯는 일이 필요했다) 곁에 앉았다. 레겐의 손에는 진한 테이크아웃 커피가 들려 있었다. 원시적인 식물의 물관 냄새 사이에서 이것은 미묘하게 조향 된 고급 향수처럼도 느껴졌다. 데시드가 피식 웃었다. 그가 말했다.

레겐, 당신은 가시에 상처 입지 않아서 좋네요.”

그렇다. 물론 레겐의 바짓단은 도깨비바늘 같은 것으로 더럽혀져 있었지만, 그의 살갗 자체에는 흠집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레겐은 이 광경에서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다. 데시드는 달랐다. 그는 이 끝난 뒤부터 막막한 자각에 빠져 있었다. ‘보다 그를 지치게 하는 건 이것이었다. “,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지 않아요?”

레겐은 이것이 엉뚱한 물음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데시드는 손을 내젓더니, 아직 사탕이 든 입안에 햄버거를 쑤셔 넣었다. 레겐은 홀로 문명에서 걸어온 듯한 위화감을 느꼈지만 그걸 말로 표현하지 못해 인상을 구겼다. 점심시간이었다. 그들은 현장이 되어버린 사무실을 정리하기 전에, 함께 앉아서 각자 사 온 것을 입에 집어넣었다. 달달한 휴식 시간을 맞이한 직장인답게, 열심히 또 꾸준히.

따라서 왕자가 공주에게 입을 맞추어 그를 저주에서 꺼내주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저주는 공주의 숨을 앗아가지 못했다.

그뿐인 일이다,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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