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던은 큰 개에게 덤비는 꿈을 꾸다가 깨어났다. 토우카가 그의 아래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아이던은 누워 있었으니까, 정확하게는 위였다. 어쩐지 입가가 축축한 것 같았다. 입술을 조금 핥으니 역시 부드럽게 젖어 있었다. 그때, 토우카가 다시 아이던을 물었다. 앙. 이번에는 턱이었다.
“……애교 부리는 거야?”
“그렇게 보여요?”
아이던은 대답하는 대신 마른 허리를 끌어안았다. 대강 걸쳐 입은 흰 셔츠가 단단한 팔뚝에 밀려 쉽게 말려 올라갔다. “내 옷이네.” “어쩔 수 없잖아요.” 어쩔 수 없지, 중얼거리던 그는 웃고 말았다. 토우카는 늘 예고 없이 입을 맞추곤 했는데, 지금도 그런 짓을 하는 바람에 아이던은 다음 말을 할 수 없었다. 입을 막는 것 치곤 감질나는 키스였다.
‘어쩔 수 없지. 정말.’ 아이던은 자세를 바꾸어 토우카를 옆에 뉘었다. 그가 기분 좋은지 침대에 뺨을 부비자 노란빛 띤 분홍색 머리카락이 부스스하게 흩어졌다. 토우카가 다시금 입 맞춰왔다. 부리를 비비는 것처럼 접촉이 가벼웠다. 당연히, 아이던은 만족하지 못했다.
“토우카.”
“응?”
그는 몸을 낮추고 토우카의 목을 물었다. 잇자국 위에 입을 맞추자 토우카가 웃었다. 아이던은 장난으로 멈추는 대신 어깨로 내려와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약한 통증을 느꼈는지 아야, 하다가 곧 숨소리마저 조용해졌다. 아이던은 토우카가 숨을 밭게 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식사 때가 된 이빨짐승처럼 목덜미가 짜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더 아프게 하지 않으려고, 아이던은 입술을 떼고 물러났다. 눈이 마주쳤다.
토우카는 눈가를 붉히고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아이던의 입을 가로막았다.
“강아지 같아요.”
무어라 웅얼거렸지만 듣지 못한 기색이 빤했다. 아이던은 그 손목을 붙잡고 혀를 내밀었다. 쓱쓱 핥는 소리가 났다. 이제 보니 개는 이쪽이군. 그는 꿈을 떠올리고는 약간 웃었다. 숨결이 닿아 손을 빼려는 듯 당기는 느낌이 났다.
“싫었어?”
“아니요. 전혀. 이제 끝이에요?”
“아니. 그럴 리가.”
그는 한 손만으로 단추를 툭툭 풀었다. 옷에 몸이 적게 차서 가능한 일이었다. 등을 받치고 들어 올리는 동안 토우카는 벗은 다리로 아이던의 허리를 감았다. 아이던은 잠깐 하던 것을 멈추고는, 옷을 벗기지 않은 채 그대로 눕혀주었다. 왜, 묻는 듯한 눈길에는 나긋하게 키스해주며 말했다. “이게 더 좋아서.” “이런 게 좋아요?” “이상해?” “야해요.”
그건 네가 아닐까, 아이던은 말을 삼켰다. 그보다 하고 싶은 짓이 많았다.
그는 한참을 무릎과 정강이깨에 머물러 있었다. 토우카는 가끔 앓는 소리를 냈지만 심통 난 기색은 아니었다. 외려 간질간질하게 늘어나는 흔적이 반가운 것 같았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줄 때, 머리를 살짝 기대오는 꼴은 영락없이 커다란 강아지였다. 이런 얘기를 하면 아이던은 반문할 테지. 강아지야?, 하고, 더 크고 강한 동물을 바라는 듯이.
그래도 순한 짐승에 비유되는 것은 기꺼워할 테다. 토우카는 고개를 기울인 채 웃었다. 흐뭇이 미소를 짓자 아이던이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해왔다. 어쩐지 불만이 있는 표정이었다. 토우카의 손가락 사이로 고운 머리카락이 스르륵 빠져나갔다. 검은 개가 다시 고개를 묻어올 때, 토우카는 불시에 허리를 구부렸다.
“아.”
“괜찮아?”
“좋아요.”
동그랗게 말린 과일을 씹는 소리가 났다. 아니, 촉각이 귀로 들리는 것 같았다. 좋다 싫다 할 수 없이 이상한 감각이었다. 이럴 때 토우카는 좋다고만 했다. 싫다면 아이던은 금세 떨어져 나가고, 그러면 진짜로 싫은 기분이 들 테니까.
게다가 일단 좋다고 해두면, 대개는 정답이 되었다. 지금처럼…. 그는 숨을 약간 헐떡였다. 애정 담은 끈질긴 애무는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안 배고파요?” 토우카가 말했다.
아이던은 반쯤 흘려넘겼다. “응.”
“그래도….”
진짜 그럴 거야, 하는 머뭇거리는 눈으로, 아이던이 침묵을 이야기해왔다. 토우카는 다만 웃었다. 처음부터 놀리는 것이었다. 그가 먼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