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자분의 자캐커플 뱀파이어 au 작업했습니다~ 먹을 것이 나오지 않는 창작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미스터리 로맨스 분위기 요청해주셨어요! 보고 싶은 설정과 플롯이 확실하시고, 원래 미스터리를 정말 좋아해서 재미있기 작업했답니다 (^v^
고양이는 입 주변이 깨끗했다. 진흙이 약간 묻어 있기는 했지만, 그거야 몸을 씻으며 묻어난 얼룩일 것이다.
코즈이는 앙칼지게 구는 고양이의 목덜미를 놓아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팔뚝에서 피까지 흘려가며 붙잡았건만. 고양이의 짓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배부른 고양이가 왜 닭을 물어가겠는가? 장난삼아 건드리기에는 생쥐가 더 낫다. 그는 듬성듬성 배를 깔고 누운 닭들을 세다가 횃대에 멍청하게 앉아있는 장닭을 쏘아보았다.
짐승이 나날이 사라진다.
건강하고 어린 닭들부터 죽어갔다. 반항도 못 해보고 기껏해야 푸드덕거린 듯 남아 있는 몇 개의 깃털 외에 피니 뼈니 하는 증거물은 없었다. 이빨 자국으로 포식자를 구분할 수 없게 되었고, 닭장에는 구멍 뚫린 개구멍조차 없다. 어리석은 장닭은 기쁘게 홰를 칠 뿐 우두머리 수컷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다음 순번은 토끼였다. 닭장과 면한 토끼장에서 사육 중이던 토끼가 총 세 마리 사라졌다. 한 번에 한 마리씩 사라지니 도망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없었다. 코즈이는 똑똑한 족제비가 있다고 여겼지만, 토끼장과 닭장 사이에 묶어 둔 개마저 짖는 소리 한 번 내지 않은 밤, 또다시 닭이 사라지자 마음을 바꿔먹었다.
토하루 레오나. 눈이 마주쳤다.
코즈이 아카니시는 얼른 일어서서 궁상맞은 자세를 떨쳐내며 얼굴을 붉혔다. 레오나가 인사를 건네듯이 웃고는 신자 아이와 마저 대화하며 걸어갔다. 말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두 분 친해지셨나 봐요.” “좋은 분이시니까요. 초콜릿 좋아해요?”) 코즈이는 그 아름다운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그는 레오나를 의심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특히 수녀를 의심하는 것은 외람된 행위에 속하는 것 같았지만 그는 실제적인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고 오로지 기도하는 것으로 참회하면서 자기 자신을 위로했다. 일과가 끝난 매일 밤 그는 촛불을 켜둔 창가에서 두 손을 맞쥐며 되뇌었다. 그녀에게 죄가 있다면… 스스로 뉘우치도록… 그러나 기도를 하면서도 도대체 무슨 죄가 있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만일 아무 잘못이 없다면 먼 섬에서 왔다는 이방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코즈이 아카니시의 과오이리라. 그는 차라리 모든 잘못이 자신의 것이기를 원했다. 레오나는 코즈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을 얻고 있었으므로.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예?”
“냉차예요.”
언제 돌아온 거지? 레오나가 불쑥 건네오기에, 코즈이는 무어라 거절할 새도 없이 받아들었다. 그는 무심코 찌푸리며 찻잔에 의심스러운 시선을 던졌다. 코를 갖다 대니 은은한 꽃향기가 났다. 레오나가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레 덧붙였다. “물론 독은 타지 않았답니다.” 즉시 코즈이의 목덜미가 시뻘게졌다.
“그,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잡생각이 좀 들어서.”
“고민이 있으시다면 털어놓는 건 어떠세요?”
“상냥하시군요, 하지만 조금 더 기도해보도록 하죠.”
“아쉽네요. 친해질 기회라고 여겼는데. 날이 덥죠? 선물 받은 월광백인데, 맛이 좋아요.”
“예, 과연 그렇네요. 차를 자주 끓이십니까?”
“네. 포도주를 끓이는 건 이 계절엔 잔인한 일이잖아요…”
하며 레오나는 또 웃었다. 맑은 얼굴은 그간의 의심이 기죽을 정도로 화사해 보였고, 코즈이는 한숨을 쉬며 어깨를 내렸다.
“어제 또 씨암탉이 죽어서요. 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머, 그래요? 족제비가 사나 봐요?”
“아무래도 산이 많다 보니.”
“그것참 안타깝군요. 족제비는 똑똑하다죠? 산림욕을 하기에 편하다고 마냥 좋아라했는데. 전에 있던 곳에서는 숲을 찾기 어려웠거든요.”
“섬에서 오셨다죠.”
“예, 잘 아시네요. 작은 섬이었어요. 바다 좋아하세요?”
“물을 싫어합니다.”
잠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코즈이는 차를 벌컥벌컥 마셔버리고 잔을 달리 쥐었다. 그가 말했다.
“이건 제가 씻어서 다시 갖다 드리겠습니다.”
“치료하시는 거 도와드릴게요.”
“예?”
코즈이가 멍청하게 되물었다. 레오나는 상냥하게 그의 걷은 소매를 가리켰다.
“아까부터 피가 나고 있어요. 이런, 귀에서도 피가 흐를 것 같은데요. 엄청 빨개요. 어디 아프신 건가요?”
코즈이가 접어 올린 소매를 내리며 목을 가다듬었다. 피는 금세 멎어 약만 바르면 될 거라고 설득했지만 레오나는 굳이 붕대를 매어주었다. “혼자서는 힘들잖아요?” 맞는 말이었고, 레오나는 붕대를 감는 솜씨가 좋았다. 코즈이는 적당한 압박감이 드는 팔뚝을 보며 손을 쥐었다가 펴보았다. 그가 먼저 말했다.
“차는 없지만… 술을 하십니까?”
“그럼요.”
코즈이는 나뉘어 있는 작은 생활공간으로 들어갔다. 부엌 찬장에는 와인잔이 달랑 하나, 그릇 몇 개뿐이었다. 집무실보다는 사람 냄새가 났지만, 접객의 흔적은 없었으므로 거의 황량한 지경이었다. 둥근 술병을 꺼내는데, 찬장의 보다 깊숙한 곳에 얼마 전 만들어 둔 성수 병이 눈에 띄었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포도주인가요?”
“…브랜디입니다. 비싼 것은 아닌 데다 약간이지만.”
“그 정도라면 좋아요.”
거의 무심결에 벌어진 일이었다. 술잔에 브랜디를 조금 따르고, 성수 몇 방울을 떨어뜨리는 그의 손이 덜덜 떨렸다.
레오나는 코즈이가 가져다준 술을 의심 없이 입에 댔다. “고마워요.” 그 모습을 보자 코즈이는 맥이 탁 풀려 의자에 주저앉았다. 둘은 마주 보고 앉아 사라지는 토끼와 닭, 버거울 정도로 웃자란 상추를 나누어줄 방법, 다음 부활절 성유 준비, 비가 새는 고해실 벽, 이번 주일 설교, 양하를 넣은 보름달 모양 고기만두에 관해 얘기했다. 레오나는 요리가 서툰 듯했다. 코즈이는 잔을 비우고 술기운이 올라 발그레해진 그 뺨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말을 멈췄다.
“왜 그러세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코즈이는 얼른 헛기침했다. 그러느라 고개를 숙인 그의 시야에 뭔가 희고 붉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흰 것은 레오나의 장갑이었고, 붉은 건…
그가 말했다.
“저, 토하루 자매님.”
“네?”
“피가.”
피였다.
대화에 열중하느라 보지 못한, 레오나의 입가에서 시작되어 턱을 그은 가느다란 핏방울이 눈에 들어왔다. 레오나가 입술을 살짝 벌리며 입가를 닦자 희고 미끄러운 볼에 붉은 자국이 번졌다. 코즈이는 속이 울렁거려 제 입을 가렸다. 레오나는 조금 당황한 듯한 목소리를 애써 가라앉히며 웃었다.
“아, 요새 잠을 잘 못 잤더니 입안이 헐었나 봐요. 이상한 꼴을 보였네요.”
“그렇군요. 그런데 잠을…?”
“……오래된 불면증이 있어요.”
“안타깝군요. 상추가 잠을 오게 한다던데 혹시…”
“제게도 주시면 좋지요. 아, 참 오후 일과가 있지 않으신가요? 고해성사도 담당하시지요?”
“맞아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요.”
말하며 코즈이는 자연스럽게 일어섰다. 자리를 뜨는 걸음은 느긋하고 평범했다.
그는 문을 닫고 거기에 기대어 섰다. 알 길 없는 감정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인기척이 남은 안에서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찬장 안을 보는 건…… 그러나 인제 와서 다시 들어갈 수는 없다. 신부가 성수를 가지고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는 서둘러 문 앞을 벗어났다.
그가 복도 끄트머리를 돌아 사라지자마자, 사제관 문이 스르르 열렸다.
비가 내려 고해소 내부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코즈이는 앉아서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는 기척이 났을 때 몸을 돌려 앉았다. 그리고 고해 창을 열려고 하는데, 반대편에서 붙잡는 힘이 느껴졌다. 그가 의아해져서 입을 열려는 찰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찻잔을 돌려받지 못했어요.”
“자매님? 혹시 볼 일이 있으시다면 따로…”
“요새 가축들이 죽어간다고 하셨죠.”
코즈이는 입을 다물었다. 말이 이어질 것 같아서였고, 과연 그랬다. 그는 이것이 고해인지 잡담인지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조용히 손을 끌어당겼다.
레오나는 계속 말했다.
“저를 주시하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다른 관심인 줄 알았지 뭔가요, 친구가 될 줄 알고. 잠깐이었지만 바보같이…… 처음부터 의심이었던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두려운 얼굴을 하실 필요까진 없었는데. 제가 조심성이 없었어요.”
“저는 전혀…”
“가축들이 사라졌는데, 왜 죽었다고 하신 거죠?”
코즈이가 멈칫 굳었다. 그의 목덜미에 솜털이 일어섰다.
엷고 냉랭한 웃음소리.
“그때 알았어요. 저치고는 오래 걸린 거죠. 업무가 많으신데 토끼와 닭까지 돌보실 줄은, 그러니까… 여러모로 방심해버렸네요. 저는 피가 무서워요. 고기도, 보름달도, 상처를 치료하거나 요리를 하는 것도. 다른 사람과 닿는 것, 전부 안 좋아해요. 왜냐하면……” 잠시 입술을 축이는 듯 축축한 소리. “먹고 싶어지거든요. 하지만 저만의 식사예절을 사람들은 이해해주지 않으니까요. 그렇죠? 코즈이 아카니시 씨, 당신처럼.”
“저는, 무슨 뜻인지 전혀,”
“이봐요… 배부른 고양이가 왜 닭을 물어가겠어요? 심심하면 생쥐나 갖고 놀겠죠. 요즘 왜 족제비들이 닭을 가만히 놔둘까요? 어째서 개가 짖지 않는 걸까요, 마치 반가운 사람이라도 만나는 것처럼.”
천장 어딘가의 틈새가 무너졌는지 흘러내리던 물줄기가 툭 터져 나와 쏟아지기 시작했다. 클클클… 그건 누군가 혀를 차며 비웃는 소리 같기도 했다. 코즈이는 울 것처럼 눈가를 붉혔다. 고해소 내부는 갑갑할 만큼 습했으며 두려웠고, 추웠고 바닥을 더듬어가는 물 얼룩이 신발에 닿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는 발을 조금 치웠다.
쾅! 천둥이 쳤다. 때문에 레오나가 꺼낸 말의 머리가 조금 살라 먹혔다.
“…면 어쩔 건데요?”
“어쩔 거냐니, 당신은 파면됩니다!”
“그것만?”
억수 같은 빗줄기에 헛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끼이이, 하는 나뭇결이 뒤틀리는 소리. 그 문짝을 덧대어 손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럴 수 있을까. 여기서 나갈 수 있는 건가… 코즈이는 어깨를 떨고 있었다. 주위의 온도가 삽시간에 내려간 것처럼 하얗게 입김이 번졌다.
“다음에 다시 불러요. 그때는 제대로 된 보답을 받고 싶군요.”
“어떤…”
“바보 같은 소리. 찻잔 말이에요. 저는 술보다 차가 좋아요. 여름이니 냉차가 바람직하겠어요. 빛은 괜찮지만, 뙤약볕에는 더위를 많이 타거든요. 그리고 성수는, 다시는 안 돼요.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당신의 몸에, 방에 지니는 것도 전부 압수.”
“제정신이 아니야.”
“물론.”
레오나는 빙긋이 웃었다.
“정신 못 차린 건 당신이죠.”
저는 지금 당신 뒤에 있거든요.
그는 성급하게 돌아서다가 우당탕 넘어져 축축한 벽에 머리를 부딪쳤다. 바닥을 짚은 손이 천천히 젖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