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마 하지메 작가의 '진격의 거인' 중 미카사x에렌으로 작업했습니다~ 커피를 마시게 했어요! 2차창작 신청은 본인 해석이 가미된 충분한 자료가 있을 때 가능하며 그 자료대로만 작업합니다! 더해 서간체 신청 좋아합니다~
커피를 가져온 동료는 진지하게 이것은 죽음의 색, 이라고 말했다. 모두 침묵하다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딱딱한 빵으로 탁자를 치며 웃던 여자애가 말했다. 죽음이 이렇게 거무스름하다고? 아냐, 죽음은 뭐랄까, 잘 익은 토마토 같은 색이지. 맛도 되게 비슷해. 저번에 입체기동장치가 끊어져서 십 미터쯤 되는 나무에서 떨어졌을 땐 아 내가 죽는구나 싶었는데 말야, 무슨 체액 맛이 나고 정신이 까무슥 꺼질 때쯤 누군가 거인을 죽였지. 알지? 피가 굉장하게 터지잖아. 그건 어릴 때 아버지가 끓이던 뭉근한 토마토 죽과 비슷했어. 시고 짠 맛이 나지.
토마토에서 짠맛이 나느냐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미카사는 식어가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죽음은 검기도 하고 시기도 할 것이다. 비록 처음 말한 사람이 어딘가에서 듣고 온 멋있는 대사를 되풀이한 것에 불과할 뿐이래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죽음을 품고 있으니. 그게 어떤 색을 띠든 이상하지는 않은 것이다.
너의 죽음은 어떨까. 눈물처럼, 아니면 바닷물처럼 쓰디쓴 맛이 날까. 미카사는 그가 죽을 때 울음을 터뜨리는 얼굴보다는 바다를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드니 펜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작전 편지에 끼워 넣을 일기를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매번. 왜냐하면 네가 우는 사람의 눈동자에서 멀고 선명한 바다를 보는 사람이었으면 하니까. 편지는 거의 늘 이렇게 시작한다. 있지, 에렌.
에렌에게.
있지, 에렌. 깊은 바다에서는 쓴맛이 난대. 그러니 우리는 똑같이 얼굴을 찌푸리고 웃겠지. 거기에서 입을 벌리고 유영할 수 있다면 말이야.
난 지금 커피를 마시고 있어. 우리 반은 커피 음용을 생활화하고 있지.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 심신이 빠르게 깨어나고, 그 명쾌한 정신 상태가 전술적으로 대단한 능력을 가져다주거든. 이 음료는 매우 쓰고, 어딘지 시큼해서 처음에는 양잿물을 들이켜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꽤 익숙해져서 이 검은 음료가 가져오는 각성상태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어. 나도 매일 아침 커피를 마셔. 편지를 쓰는 데에 집중하면 가끔 잉크병을 착각하고 마실 뻔하기도 하단다.
우습지 않아? 오히려 옛날엔 이런 실수 따윈 하지 않았어. 뭘 다른 거로 착각하거나 여기에 없는 것을 걱정하거나, 음료와 바다, 잉크의 공통점을 찾지도 않았지.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있어. 나는 아마도…… 모르던 맛을 알고 즐기게 된 대가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 대가가 아깝지 않아. 겨우 따듯한 컵 하나의 둘레만 남게 되었는데도.
끔찍한 전쟁 속에서도 사람은 이완될 수 있나 봐.
이완, 편안이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단지 조금 달라진 것뿐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귀중한 변화라고 생각해. 눈가가 반짝이던 신병들이 쥐구멍처럼 어두캄캄한 눈을 하고 나타나는 것보다는. 그러니까 나, 조금 좋아진 걸지도 몰라. 단지 낯선 음료 한 잔만으로.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너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렇게까지 나약해지고 만 내가 아직도 많이 싫으니? 점점 달라져 간다면, 너는 나를 좋아하게 될까, 아니면 더욱 경멸하게 될까? 이렇게되어서도 너를 사랑하는 나를 말이야. 있지, 에렌. 나 요즘 네 죽음에 관해 생각해.
옛날에는 네가 죽는 장면에 대해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어. 첫째로 너는 내가 지킬 것이고, 둘째로 나는 너를 지키다가, 너 있는 곳이 안전해지면 너보다 훨씬 먼저 죽을 것이고, 셋째로 무엇도 할 수 없었다면 네가 죽은 걸 확신한 직후 자결할 거였으니까. 우리가 처음 살인을 한 날 결심했어. 그전까지는 그저 우리가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 (넌 이걸 보호자 노릇일 뿐이라고 했지만, 아직도 그렇게 이야기할 거니?)
지금은 말이야. 네가 죽는다면, 물론 그런 일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지만. 평화로운 마을의 한 지푸라기 더미 위에서 깨끗한 요를 깔고 죽어가는 네가 존재한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너를 기억하며 사랑할 거야. 약속해.
절대로 죽지 않을게. 네 생명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사랑하는 마음뿐이라는 걸, 네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도 같은 사랑을 이어가며 증명해 보일게. 그러니까 죽지 말아 줘. 오래 살아 줘. 멀리 도망치든 내 곁으로 돌아오든 똑같이, 너는 네 생존을 확신해줘. 그래야만 나의 사랑이 더욱 오랫동안 증명될 테니까. 네가 살아 있음으로 인해서.
징그럽다고 여겨도 좋아. 내 모습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
나를 증오하는 건 내 안의 너를 없애는 일이겠지. 온갖 더러운 일에 휩쓸리면서도 그것만은 하고 싶지 않아.
이 글이 네 마음을 변화시키길 바라며 동시에 두려워. 에렌, 맹목적인─난 정이 깊은 만큼 의지가 강하다고 말하고 싶어─ 나의 영원할 소년.
굳이 편지를 적는 건 너에게야말로 정직해지고 싶기 때문이야. 솔직해지고 싶어. 어리광부리는 미숙한 미카사. 아커만이 아닌 영원한 너의 미카사로 남고 싶기 때문이야. 우리는… 네가 우릴 구원하겠다고 선언한 순간부터… 괴로워지고 말았으니까. 바깥으로도, 우리 안으로부터도. 이젠 누구 하나 사소한 진심을 이야기하지 않아. 소년병 시절은 지나고 말았지. 그 비참했던 때로 차라리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해. 그때 죽었어야 했다고, 하지만 동시에 살아남아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너무나 많으니까. 전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기에 이율배반적이지. 그래서 참전 이상의 이유로 모두가 피폐해.
그런데 비슷한 이유로 더는 누군가를 ‘구한다’는 말이 통하지 않게 되었어. 아무도 구원하지 못하는 세계에서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가끔은 너를 이해할 수 있어. 너처럼 행동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네가 그래야만 했던 까닭을 가슴 사무치게 공감해. 증오. 혐오, 환멸. 목도리와 사과 파이 대신에 우리에게 남은 것들이야. 적게든 많게든 벽 안의 모든 사람은 이런 것을 짊어지고 여전히 살아가…….
끔찍하구나.
그리고 나는 여전히, 장미꽃 모양으로 장식한, 오래 구운 사과 파이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져.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한 사람을 여러 번, 또 그렇게 몇십 명의 병사가 살인을 위해 도륙당하는, 오로지 살해와 시체만이 건재한 이 뇌의 냄새 속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찾는다는 건 잔혹하고 기만적인 일이 아닐까. 영웅이 대접받는 세상은 당연한 걸까, 아니면 영웅 따위 소년 시절 이미 농부가 되기로 하고 집에서 끓인 토마토 스튜 따위를 두 그릇씩 먹고, 너무 많이 먹는다며 불평하면서도 세 접시째로 감자를 내어주는 부모님 밑에서 사라지는 세상이 훨씬 당연하고 아름다운 건 아닐까. 이런 걸 알면서도 커피잔 안의 세계에 심취하고 싶은 나의 마음을 아름답다고 명명하고 싶어지는 기분을 너는 이해하고 있을지. 이 잔혹하고 아름다운 사람을.받아들여 줄
너는 커피를 좋아해? 거기서는 아침에 깨끗한 차 한잔을 마시고 있어? 나는 차도 커피도 모두 아주 좋아해. 머리가 아플 때 물을 절반만 넣은 진하고 쓴 커피를 마시면, 머릿속이 산만해지면서 오른쪽 이마 언저리를 괴롭히던 두통이 줄어들어. 입안이 끈적해지는 건 덤이지. 언젠가 비싸고 기름진 롤빵을 하나 선물 받아서 나누어 먹었는데, 커피와 무척 잘 어울렸어. 시나몬 롤이라던가. 속은 촉촉하고 겉이 설탕을 씌워서 반지르르한데 특히, 설탕이 흐르다가 깊숙이 고여서 굳어버린 델 깨물면 머리가 저릿할 만큼 달콤해지거든. 그때 쓴 커피를 마시는 거야. 쓴맛은 가시고 그윽한 향내만이 코끝을 감돌지. 그렇게 반짝거리는 빵 한 덩이가 사라지는 것이 어찌나 아쉽던지.
우리 언젠가, 같이 살아남았을 어느 미래에는 쓰러진 통나무 위에 앉아서 커피와 빵을 먹자. 그걸로 배를 채울 수 있을 만큼 정말 잔뜩. 흰 베갯보를 하나 훔쳐 와서 그 위에 반짝거리는 롤빵을 쌓아놓는 거야. 끈적거려서 쓰러지지도 않을걸.
꼭 그러자. 약속한다고 답장 보내 줘.
누가 부르네, 이만 가야 할 것 같아. 밖에서 병사들 구호 소리가 들리는구나. 안녕.
모든 일에 행운을 빌며, 너의 미카사.
어린 병사를 통해, 편지는 곧장 부쳐졌다. 리바이는 재질이 조금 다른 종이를 흘끗 쳐다보았으나 한지에게로 시선을 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