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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ㅍ님

나사르 본주 2021. 10. 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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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내가 사실 유령이면 어떨 것 같아?

 

A1. (그녀는, 잠깐 고민에 잠긴 얼굴을 하더니 빙긋 웃는다. 아주 잠시지만 미간을 찡글거리다가 도로 펴는 것이 귀엽다.) 그러면 실버, 나는 유령을 사랑하는 인간이 되는 거야? 그런 로맨스 소설 읽어본 적 있어. 동화책이었나, 어쨌든……. 그 유령은 침대보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실버가 그러는 건 상상이 안 되네. 좀비에 가까운 거 아닐까? 좀비랑 사랑에 빠진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로 본 적도 있거든.

실버, 나는 네가 사실 아주 무서운 것이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야. 몸에 피 대신 하얀 이불이 흐른다고 해도아니, 이건 좀 신경 쓰이네정말 만일이지만 사람을 죽였다고 해도 (이것은 에스텔라스 그레텔이기에 할 수 있는 진실한 말이다. 그녀는 인간을 죽인 인간을 뉴스 속에서나 보았으며, 그것도 금세 채널을 돌려버렸고, 사람이 사람을 살해해야 할 만큼의 적의를 지니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자신의 친지가 죽임당한대도 복수를 할 만큼 고통에 벼려지는 천성이 아니다. 그리고 에스텔라스가 대개 누구에게나 호감을 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용서할 거야. 네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누군가 지독하게 괴롭혔겠지? 그런 사람은 나도 용납할 수 없거든.

만일 네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면 슬플 거야. 나는 실버, 네가 죽어가는 끔찍한 모습을 본 적 없는데 너는 그래야만 하잖아. 내가 할머니가 되어도 옆에 있을 테지? 나만 늙는 것도 네게는 안타까운 일일 거고. 난 네가 슬플 때 슬픔을 느껴.

그러니까, 실버, 사실은 네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은 하지 마. 그건 우리에게 아주 아쉬운 일인 걸…….

 

A2. 굉장히 기쁘겠지.

(그는 말을 꺼내놓고 잠시 입가를 가린다. 입술을 매만지는 듯도 하다. 실수했다고 생각하는 듯 얼굴이 살짝 어두워지지만, 금세 침착하게 표정을 다잡는다. 오랫동안 타인에게 노출되는 일을 한 사람 특유의 버릇이다.) ……왜냐하면, 네가 고통스러워할 일이 사라지는 거잖아. 사람이 아니라면내가 사람이기에 느끼는 아픔을 너는 모를 테니까. 나는 아마 그게 좋은 것 같아. 물론, 에스텔, 그렇게 이불을 뒤집어쓴대도 네가 유령처럼 보이지는 않아. 하얗지도 않거든(귀엽다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듯했다가 정신을 차린다.) 에스텔, 너처럼 아름다운 유령은 없어. 설령 지젤이라고 해도. 지젤을 본 적 있구나? 나는 비디오로 봤거든. 다음에 같이 보자.

하지만 네가 사라지는 상상을 하지는 마. 그건 이상한 일이잖아. 커피 다 된 것 같다. 넷플릭스에 지젤도 있을까? 아니면, 다음 휴가 때 표를 사면 될 거야. 기대된다. 발레 공연을 본 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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