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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ㄷ님

나사르 본주 2022. 7. 19. 00:18

마블 스티브 로저스 드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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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로맨틱 ? ? ?

Marry RomantiC Slugger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발령되었다. 그러나 이곳까지 도달하기 전 사라질 예정이라고 했고, 제인은 오늘이 새신부가 되는 날로는 적절한 기후라고 판단했다. 창 바깥, 한참 먼 곳에서 발발한 용오름을 피해 도주하는 철새를 바라보면서.

식이 시작되기까지 세 시간 남았다.

 

전사, 영웅, 특별한, 구원자, 어벤져. 그들을 총칭하는 이름이야 많았지만 그건 제인에게 허락되지 않은 명명이었다. 그녀는 자기 스스로도, 세간이 지켜야 할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돌아온 스티브 로저스에게나 해당할 호칭이지. 게다가 제인은 저격수였다. 얼음을 물고 모습을 지우고 저 안개 속에서 당신을 향하는 단 하나 눈초리. 자기방어가 허락되지 않는, 쐐기와 같은 비명의 산지.

그러니까 하얀 드레스와는 영 맞지 않는단 뜻이다. 제인은 평생 쳐다볼 일 없다고 생각했던 웨딩드레스를 고르며 불편한 심기를 앙다문 입술로 표현했다. 스티브는 물 위에 뜬 백조를 보는 듯이 시종 상냥한 얼굴이었다.

너무 달라붙어요. 유사시에 찢을 순 있겠지만, 무기를 숨길 수는 없어요.”

제인이 말했다. 더없이 딱딱한 투였다. 머랭처럼 부드러운 베일에 뺨을 기대고 황홀해하기엔 그녀는 숱한 전장을 주시하던 자였다. 전쟁에서 가장 미시적인 부류가 바로 그녀였다. 제인은 자기 몸에 맞춘 듯 탄력 있게 조여오는 허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구두까지 신었다가는 걷지도 못하게 생겼다.

스티브가 말했다.

잘 어울리는데요. 하지만, 맞는 말이군. 보폭 두 배쯤 되는 디자인이 좋겠어요.”

이 남자는 대체 왜 온 걸까?

제인은 자기가 폭신한 드레스에 포장된 채 리무진을 타고 식장까지 가는 것에 관해서는 별 이견이 없었다. 모든 임무가 그렇듯 사람 목숨 달린 일에는 어느 정도 황당한 이야기가 곁들여지니까. 그게 가짜 결혼식이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신랑 역조차 아닌 남자와 함께 드레스를 고르는 일은 염두에 두지 못한 걸 넘어서서 합리적이지도 않은 처사였다. 본래 제인은 그저 무기와 강화제를 숨길 수 있을 만한 기장의 하얀 드레스를 고르고 곧장 나갈 생각이었다. 쇼룸 직원들이 스티브를 보곤 흥분해서 이것저것 입히지만 않았다면 필시 그랬을 거였다.

이걸로.”

보다 못한 제인이 다음 차례 드레스를 입어보지도 않고 결정했다. 몇 번 갈아입었으니, 치수는 잘 알 터였고. 오히려 임무에 투입되지도 않은 스티브가 나섰다. “중요한 날 입을 옷인데, 정말 만족해요?” 드레스를 꼼꼼하게 포장하는 직원을 보면서, 스티브가 아쉬운 듯이 물었다. “충분해요.” 제인이 즉답했다. 이쯤 되니 옷을 구하는 것도 신랑에게 맡길 걸 싶은 차였다.

제인이 준비할 건 많지 않았다.

스티브 로저스는 너무 눈에 띄는 인물이므로, 제인의 결혼 상대는 급조되었다. 히어로도 뭣도 아닌 사무직원을 데려왔는데 이를 안 제인은 지켜야 할 사람만 하나 늘었다고 생각했다. 타겟은 주례를 설 신부였다, 성직자를 죽이냐는 물음 따윈 제인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뒤가 구린 이유가 있겠고, 아마 이걸 알게 된다면 바티칸도 이미 죽은 사제를 파면시키는 것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터다.

꾸며진 하객 또한 조촐했다. 제인은 신랑 측 가짜 친지들과 인사할 필요 없었다. 청첩장을 보낼 혈육이 없다며 주례설 사제에게 동정 사는 작전이었는데, 제인은 사제가 자신을 아무튼 간 그 추잡한 마음에 드는 인물아마도, 새하얀 첫 결혼식을 올리는 시골 처녀쯤로 생각한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사제에게 애처로운 사정을 설명하는 동안 그 눈동자가 탐욕으로 번득거리는 걸 알았으니까. 성스럽지 못한 전사의 눈빛이었다.

타겟이 익히 해온 주례사를 맡기는 것이 마련한 절차였으니, 결혼식을 성대하게 꾸밀 필욘 없었다. 의심을 사지 않을 만큼만, 단출하게 준비하자는 게 제인의 말이었다. 직접 임무에 투입되는 만큼 전력 외 인원은 최소화하는 게 낫다는 거였다. 그 하나가 다치면 일이 복잡해지니까. 특히 스타크와 닉 퓨리 선에서.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스티브가 말했다. 아무리 그라도 식 당일 토네이도가 다가올 거라고는 생각 못 한 건지, 아니면 제인 대신 어떤 희망에 부풀어 모든 게 좋아 보였던 건지. 제인은 스티브를 태우고 운전하는 동안 뒷좌석에 실린 드레스를 의식했다. 자기도 모르게.

 

예정과 달리 토네이도는 점차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이보다 아래에 위치한 대도시에서 경보를 울리는 대형 사태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곳 기상 캐스터는 여전히, 당도하기 전 소멸할 재해라는 긍정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제인이 날씨가 좋네요.” 말하자 스티브가 웃었다. 농담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

여름이므로 신록이 푸르른 교외 마을은 아름답기야 했다. 돌풍이 불고 있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거다. 스티브는 이러한 의견을 입 밖으로 내놓았고, 제인은 하늘이 청회색인지 회청색인지 분간하는 데에 별 가치를 두잖고 스티브에게 도움을 청했다.

가터에 손이 안 닿네요. 탄약을…….”

말을 채 마치기 전 스티브가 다가왔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도와주려는 듯 보였는데, 어째선지 머뭇거리며 손대질 못했다. 제인이 드레스를 슥 끌어올리자 그 귓불이 조금 달아오르는 게 보였다. 제인은 고개를 갸웃했다가 슬며시 미소 지었다. “허락해드리죠.” 스티브가 묵묵히 탄환을 한 줄 더 달고, 그 김에 비상용 권총을 점검한 뒤, 손을 내렸다. 제인이 강화제를 건네자 스티브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쓰지 말았으면 하는데요.”

그러고는 아예 일어서버리는 바람에 제인은 조금 당혹스러워졌다. 스티브 로저스가 알게 된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제인 입장에서는 늘 써오던 영양제 비슷한 거였다. 비타민도 과용하면 속이 타지 않는가……. 물론 강화제는 비타민과 다르게 유전자 단위로 인간을 변이시키긴 한다. 철학적 입장에선 이전의 내가 아니라고 해도 좋을 만큼은. 스티브 로저스는 이미 이 테세우스의 배를 극복한 인간이었으며 제인은 그 사실을 능멸할 생각이 없었다.

인정하자, 제인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에만 관심이 없었다. 후유증은 뒤늦게 터져 나오기에 후유증이고, 그녀는 단발의 순간이 전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있었다.

이런 거추장스러운 차림새로는 더욱.

제인은 반기를 드는 대신 체념을 택했다. 스티브 로저스의 고집은 어벤져스 내에서 토니 스타크와 유이한 상아 한 쌍이었다. 유니콘이 온다면 몰라도 이들을 이길 사람은 없을 거다, 적어도 지구에는.

제인이 말했다. “조절하고 있어요.” 걱정 말라는 이야기였는데, 성정상 다정한 목소리로 나오지는 못했다. 몸을 섞고 체온을 알아도 영혼에 배인 쌀쌀맞은 눈보라는 어쩔 수 없다. (제인은 이렇게 믿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거짓말은 아니다.

공중전을 피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제인은 생각했다. 그녀는 앞일에 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그건 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무슨 상황에든. 이 남자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제인을 대하는 사람들은 늘 그녀를 무르게 만들었고 약하게 했다. 제인은 그걸 어떻게 납득해야 할지 몰랐다.

사제가 문어발 같은 고철 스프링 의지 따윌 쓰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것이다. 다가올 토네이도는 소멸 예정이었고 제인은 십 분 안에 상황을 종료시킬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까 염려할 만한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보기 좋게 들어맞은 걱정이었다.

 

제인은 이마를 싸쥐는 대신 손목 안쪽 레이스에 감추어 둔 면도날로 실밥을 끊었다. 허벅지 라인을 따라 드레스가 벌어졌고, 비상용 탄창이 손에 들어왔다. 여기까진 단 일 초도 걸리지 않았다. 예정대로라면 이쪽이 준비한 하객 중 한 명이 소총을 던져주어야 했지만 이변을 알아챈 건 제인뿐이었기에, 획책은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우선, 그는 옆에 선 남자를 집어던졌다’. 신랑을 제외하면 죄 전투원이다. 누구든 죽지 않게 수습해 줄 터다. 그런 와중에도 제인은 주례사를 읊는 사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사제의 긴 수단 아래로 비치는, 구둣발에 달린 뾰족한 쇠붙이도.

은처럼 반짝이는 재질에, 바늘같이 가느다란 걸 보아하니 전기든 독이든 둘 중 하나는 예비한 듯했다. 제인이 단상을 걷어차며 공중으로 물러났다. 고위 사제가 느긋하게 성서를 한 페이지 넘겼다. 그 녹색 눈이 이쪽을 향할 때, 그의 손에는 성경책을 파 만든 공간에서 꺼낸 연발식 자동권총이 장전되어 있었다. 누군가 욕을 씹어뱉는 소리가 났다. 제인은 입을 꾹 다문 채 두 팔을 앞으로 뻗었다. 발끝이 포도주처럼 붉은 융단에 닿기 직전, 첫 총성이 울렸다.

물론 타격을 입힐 작정을 하긴 했지만, 효시에 가깝다. 파열음이 성전 대리석을 강타하고 제인의 귀에 들었다. 그녀가 근접전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처럼 피가 돌아 혈기를 주체하는 것이 까다로워서. 대부분 인간 병사들의 말로는 아드레날린에 중독되어 자기 자신을 쏴갈기는 것이었고, 제인을 가르친 사람은 이 부분을 깊게 명심하라고 말했었다. “너 자신은 없어야지.” 제인의 차가운 먹색 눈이 가느스름해졌다. 조준점을 맞추었으나 권총은 사정 범위가 너무 좁았다. 오리 사냥용 엽총이라도 있었으면 했다.

제인!”

그녀는 기껏 긴장한 태세를 흐트러뜨릴 뻔했다. 이렇게 달콤하고 강건한 목소리로 성소 문을 때려 부술 사람은 하나뿐이다.

이마에 붙은 잔머리 몇 가닥이 붕 뜨는, 영점 수준 초 단위 속에서, 평범한 금속으로 만든 총탄 따윈 휘두를 수 없는 속도로, 방패가 밀어닥쳤다. 제인의 머리를 비끗이 겨냥해 돌진한 방패가 은빛 비수를 퉁겨내고 돌아갔다, 제인이 본 건 오직 잔상이었다. 그녀는 이 틈새를 놓칠 어수룩한 사냥꾼이 아니었다. 긴 의자 밑에 놓여 있는 소총을 발로 찬 제인이 금세 사격 자세를 잡았다. 한쪽 무릎을 꿇느라 드레스가 그저 걸친 수준으로 찢겼다. 어느새 피와 화학물질녹색?로 물든 옷감을 신경 쓸 새 없이 격발음이 터졌다.

두 발. 머리에 한 발,

빗나갔다.

훌쩍 뛰어온 스티브는 사복을 입고 있었다. 제인은 그제야 조금 경악했다. “당신은 계획에 없어요.” “힘에 부치는 것 같은데요.” 이 한가한 대꾸는 제인의 방아쇠를 누르고도 남았다. 그녀는 입천장에 녹말로 붙여둔 강화제를 씹어 삼켰다. 입안에서 물컥 퍼지는 비린내와 함께, 힘줄이 서고 눈앞이 벌게졌다.

그래, 녹색, 이마에 한 발. 비약적인 속도로 돌진한 제인이 본래는 지루한 연설이나 들어야 했던 단상을 밟았다. 마호가니로 만든 사치스런 교단이 넘어지며 그녀를 한 걸음 더 도약하게 했다. 사정거리 안이다. 제인은 그제야 적의 정체를 깨달았다. 이 사제. 하반신이 가시 돋친 쇳덩어리다.

중견의 사내인 줄 알았건만, 아예 제대로 된 성직이 아니었나. 제인이 혀를 차며 어깨에 얹은 소총으로 그 머리통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터진 회로가 저릿한 정전기와 함께 정강이를 휘감았다. 입매 끝으로 피가 흘렀는데 제인은 자신이 웃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헬기 날아오르는 소리가 났다. 오로지 타겟만을 보고 있던 제인은 순간 탁 트인 시야에 현기증을 느꼈다. 분홍빛으로 핏발이 선 눈에 보다 원경이 들어섰다. 문을 터뜨리고 들어온 건 스티브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알아채자마자 제인은 살쾡이처럼 유연하게 한 바퀴 재주넘었다. 빙 돌아 제자리에 발이 닿자마자 구두 굽이 뚝 부러졌다. 그런 제인을 스티브가 어깨로 떠안았다.

아파요!”

흉곽이 눌려 새된 소리가 나갔다. 스티브는 군말 대신 방패를 앞세워 뭔지도 모를 쇠붙이를 튕겨냈다. 거꾸로 된 풍경 안에 지원군이 보였다. 뭐지? 그러나 생각할 겨를은 없다. 어디선가 계획이 틀어졌다는 걸 깨닫고 짐짝 같은 자세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제인은 가볍게 발목을 터는 것만으로 하이힐을 벗고, 맨발로 방패 모서리를 밟았다. 치명적일 정도로 차디찬 금속의 느낌과…… , 화약 냄새.

이제 좀 낫군.’

흰 베일, 축사, 쌀을 뿌리는 화동과 쩔렁거리는 팔찌보다도 어울리는 것.

전장이다. 제인은 고향에 돌아온 듯 가슴부터 뿌듯이 퍼지는 열기를 느꼈다. 그는 여기서 죽을 수 있었고…… 어쩌면 임무를 지킬 수도 있었다. 스티브가 미간을 구긴 게 보였지만 찰나였다. 제인은 그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옷자락을 찢어낸 그 면도칼이 잔상을 남기며 코앞까지 격돌한 사내의 이마에 박혔다. 정확한 각도와 강도로. 피 분수가 제인의 가슴팍, 그리고 턱과 코를 더럽혔다. 온 세상이 피비린내다. 잠시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 왔으므로 제인은 스티브를 향해 팔을 뻗었다. 무용한 하다는 걸 알면서도 외쳤다.

스티브, 잡아 줘요.”

스티브는 아주 잠시, 피투성이가 된 제인을 보고 무어라 중얼거렸다. 하지만 순순히 손을 잡아 왔다. 오래간 얼어붙었음에도 여전히 따스한 남자의 손목을 휘어 쥐고서, 제인은 단 한 손으로 소총을 연사했다. 강화한 근육에 핏줄이 섰다. 달라붙는 백색 의복을 입은 여인이 이 갑옷은 좁다는 듯 맹렬하게 파고드는 모습은 잔 다르크의 천사 같은 환영을 부술 만했다.

적장의 멱을 따는 데에 천상에서 내려온 여인은 뭐 다를까.

지저에서 기어 나온 이 육신조차 검은 깃털에 재를 쌓는데.

제인은 웃지 않았다. 다만 모종의 사유로 티셔츠 바람에 뛰쳐나온 스티브를 붙든 채 부서진 문밖으로 나왔다. 식이 끝난 지 십 분만의 일이다. 석재로 포장된 성소 초석에 탄피 튕기는 말간 소리가 났다.

활개 쳐, 제인그녀는 이 속삭임을 무시할 수 없다.

온갖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닥친다. 어쩌면 재난의 일이고, 아니라면 이변의 징조다. 기상 캐스터가 틀렸든 닉 퓨리가 간과했든 훨씬 난장판이 된 거다.

그리고 사냥의 시간. 제인은 헬리콥터 날개 밑에 다리를 벌리고 섰다. 재장전. 자기방어는 없다. 정장, 가슴에 쐐기를 박다. 비릿한 낭만이 끊어진 성가와 젖은 꽃잎에서 온다면…….

최고의 결혼식이군. 스티브가 중얼거렸다. 동의하는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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